스페인왕립학술원 스페인어사전(DRAE)은 pinzón real을 아래처럼 아주 간단하게 뜻을 풀이했다. "부리가 매우 두껍고 튼튼하고 주로 잣 또는 솔씨를 먹고사는 되새류(pinzón) 새"

동의어는 솔씨를 먹는 새란 뜻의 piñonero이다.

DRAE가 학명을 제시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새인지 알기가 쉽지 않다. 암호를 풀어가듯 이리저리 인터넷의 자료와 문헌을 뒤적거렸다.
솔씨를 먹이로 하니 되새과의 솔잣새(piquituerto Loxia curvirostra 영어 명칭 red crossbill)일 수 있다. 솔잣새의 부리는 잣방울이나 솔방울에서 잣과 솔씨를 파내 먹도록 되어 있다. 부리가 튼튼하지(robust)만 두껍지(grueso) 않다. 솔잣새의 스페인어로 piquituerto (pico 부리 + tuerto 엇갈린, 비틀어진)이고 영어로 cross(엇갈린) bill(부리)]이듯 부리가 엇갈려 있다.

그러면 부리가 매우 두껍고 튼튼한 되새과의 콩새(picogordo común Coccothraustes coccothraustes 영어 명칭 hawfinch)일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DRAE는 부리가 두껍고 튼튼하고 솔씨나 잣을 먹고 산다라는 특징 이외에 다른 외모를 묘사하지 않아 콩새라는 신분을 확정 짓는 데 망설여진다.

그래도 콩새라는 심증이 굳어지기 전에 해결해야 할 걸림돌이 하나 있다. 위 DRAE의 표제어 pinzón real은 스페인 조류협회 SEO 등 조류전문지의 pinzón real을 가리키지 않는다. 대개 DRAE 사전에 등재된 단어(표제어)는 조류전문 자료의 단어와 일치하지만 이번 경우는 그렇지 않다. DREA는 예부터 해오던 사전 집필자의 관습을 이어받기 때문이다. 아무튼 스페인 조류협회 pinzón real은 위 DRAE가 묘사하는 콩새가 아니라 스페인과 우리나라의 겨울철새인 되새(학명 Fringilla montifringilla)이다.


되새과의 새가 다른 과의 새보다 부리가 단단한 게 특징이라서 되새도 콩새만큼은 아니지만 부리가 약하지는 않다. 또한 되새는 씨앗을 먹이로 하지만 잣에만 집착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 DRAE가 묘사한 pinzón real이 '되새'가 아니라 '콩새'인 증거를 제시한다.
1. 19세기 스페인의 동물학자 라우레아노 뻬레스 아르까스(Laureano Pérez Arcas, 발렌시아주 레께나 탄생, 1824-1894)가 지은 《동물학의 요소 Elementos de zoología》(1861)

학명의 속명은 Cocothraustes(콩새 속)이고 piñoneros(솔씨를 먹는 새)라고 하는데 부리가 아주 두껍고 튼튼해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안에 있는 씨앗을 싼 껍질을 깨어 쉽게 먹는다. 마드리드 부근에서 piñonero 또는 pinzón real라고 한다. 다른 학명은 Fr. cocothraustes, L.이다.
DRAE의 묘사와 똑같이 '부리가 매우 두껍고 튼튼하다 pico muy grueso y robusto'고 했다.
2. 마르시알 바야다레(Marcial Valladare)가 지은 《Diccionario gallego-castellano 갈리시아어 스페인어 사전》(1884)

"갈리시아어 piñoneiro. 학명 Fringilla cocothraustes. 스페인어 piñonero, pinzón real. 부리가 매우 두껍고 튼튼하다. 참새목에 속한다. 안에 있는 씨앗을 싼 껍질을 쉽게 깨어 먹기 때문에 piñonero라고 한다. 마드리드 주위에 아주 많다."
현재 학명 Cocothraustes cocothraustes와 다른 학명 Fringilla cocothraustes을 제시했다.

3. 콩을 까먹는 것에서 명칭이 유래한 콩새는 스페인어로 '부리가 두껍다'는 뜻으로 picogordo라고 한다. 영어로 장미과 '산사나무의 열매(haw)'를 먹는 되새(finch)'란 뜻의 hawfinch이다. DRAE는 pinzón real을 콩새로 뜻을 풀이하며 picogordo를 등재하지 않았다.

4. 스페인의 콩새는 잣이나 솔씨만 먹는 것이 아니라, 벚나무의 씨앗과 체리 과육, 너도밤나무와 팽나무의 열매, 들장미 열매(escaramujo), 올리브뿐만 아니라 나무의 새순과 부드러운 줄기를 섭취하기도 하며 곤충을 먹기도 한다. 스페인의 콩새는 우리나라의 잣과 유사한 우산소나무(학명 Pinus pinea) 솔씨를 예부터 즐겨 먹어 왔다.
로뻬스-바에스와 꾸아드라도(W. J. López-Báez와 M. Cuadrado) 2003년 연구 <도냐나에 콩새 우산소나무 씨앗 섭취 Consumo de piñones de pino piiñonero (Pinus pinea) por el Picogordo (Coccothraustes coccothraustes) en Doñana> Ardeola 학술지) 50(1). 77-80. - 스페인의 도냐나(Doñana)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콩새의 생존 전략을 연구했다. 우산소나무의 씨앗은 영양가가 매우 높지만 껍질이 지나치게 단단하여 다른 조류 가령, 박새, 되새 등은 먹을 수 없고 오직 콩새만 독점한다. 콩새는 강력한 부리로 솔방울의 틈새를 비집고 먹이를 획득한다. 고지방이고 고단백인 솔씨는 겨울 추위를 이기는 내한성을 키우고 서식지 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우산소나무 종자를 퍼뜨리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5. 콩새의 학명 변천
- Loxia coccothraustes. 린네 C. Linnaeus, 1758년 - 부리가 어긋나 있는 새 Loxia, coccothraustes의 어원은 그리스어 kokkos(κόκκος) 알갱이, 씨앗, 알곡 + thrauo(θραύω) 부수다, 깨뜨리다, 분쇄하다. 즉 '씨앗을 부수는 새' 속명과 종소명을 합치면 '씨앗을 어긋난 부리로 깨뜨리는 새'
- Coccothraustes coccothraustes. 마튀랭 자크 브리송(Mathurin Jacques Brisson, 프랑스 박물학자) 1760년. 강한 부리의 새라는 속으로 신설하여 오늘날까지 사용
- Fringilla coccothraustes. 하우타인(M. Houttuyn) 1762년 - 되새 속으로 분류 시도
pinzón real을 네이버(엣센스) 스페인어사전은 멋쟁이새로 오역했다.

멋쟁이새(Pyrrhula pyrrhula)는 콩새와 같은 되새과에 속하지만 부리가 콩새의 부리처럼 길고 단단하고 두껍지 않다. 멋쟁이새는 스페인어로 camachuelo라고 하고 영명은 Eurasian bullfinch이다.

요약하면 pinzón real은 DRAE에 의하면 콩새이고 SEO 등 다른 조류 자료에 따르면 되새이다. 그러면 스페인어를 한국어로 옮긴 서한사전의 pinzón real의 뜻풀이는 아래 같아야 한다. 한국어 구사자를 위한 스페인어-한국어사전이 꼭 DRAE를 따라야 한다는 법은 없고 보편 사실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pinzón real
1. 남성 명사. 콩새, 동의어 picogordo, 학명 Coccothraustes coccothraustes
2. 남성 명사. 되새, 학명 Fringilla montifringi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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