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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괭이꼬리목형 sauzgatillo 서양 인삼목이 아니다

by 엣센스 스페인어사전 뜻풀이 수정 2026. 6. 21.

그저께 오후 걷다가 깜빠나르(Campanar) 다리를 건넜다. 다리 아래 뚜리아 공원(Jardín del Turia)이, 아래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저 아래 예술과 과학단지(Ciudad de las artes y las ciencias) 앞 까지 뻗어 있다. 1957년 대홍수로 뚜리아강이 범람한 후 물길을 외곽으로 돌려버리고 만든 것이다. 발렌시아 사람들은 공원을 물이 흐르지 않지만 여전히 강 río이라고 한다.

공원에서 다리로 올라오는 경사면 끝 구석에 보라색 꽃을 주렁주렁 단 나무가 보였다.

꿀풀과의 sauzgatillo이다. sauce(흰버들)와 gatillo(작은 수고양이)가 합쳐진 말이다. 가지가 휘어지고 가늘고 긴 잎이 흰버들을 닮았고 긴 꽃차례를 고양이 꼬리에 비유했다. saucegatillo라고도 하며, pimiento* loco(문자 그대로 뜻 미친 후추, 진짜 후추가 아니라 가짜 후추란 뜻), pimiento montano(문자 그대로 뜻, 산 후추, 야생에서 자라는 진짜 후추를 대신하는 후추)라고도 한다. 프랑스어로 arbre au poivre(문자 그대로 후추나무)라 한다. 열매 씨앗은 후추와 유사하고 후추 맛이 난다. 

*pimiento는 고추나 피망이 아니라 '후추 관목'을 가리키는 말이다.

영어로 Abraham's balm 아브라함의 향유, chaste tree 동정나무, 순결나무, monk's pepper 수도사의 후추라고 한다. 아브라함의 향유는 성경 창세기 22장에서 유래했다. 아브라함을 시험하기 위해 아들 이삭을 태워서 제물로 바치라는 번제를 요구했고 이에 기꺼이 제단 장작에다 아들을 묶어 올려놓고 칼로 내려치려는 순간 천사가 만류하고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것을 알겠노라 했다. 아브라함이 고개를 들어보니 주위의 수풀에 뿔이 걸린 숫양이 있어서 이 양으로 번제를 올렸다. 성경 해설가들은 이 나무를 아브라함의 관목 또는 아브라함의 향유라고 했다. 이 나무의 잎과 열매는 좋은 향이 나고 약재로 사용한다.

chaste tree 순결나무 또는 monk's pepper 수도사의 후추는 학명 Vitex agnus-castus L.,1753과 관련이 있다. 속명 Vitex는 라틴어 '묶다' vieo에 기원이 있다.  나무 줄기를 바구니를 짜거나 묶는 데 사용했기 때문이다. 종소명 agnus castus(아구누스 카스투스)는 고대 그리스어의 순결나무 ἄγνος(아고노스, agnos)에서 유래했는데, 라틴어의 '어린 양 agnus'과 유사하다. castus는 '순결하다'란 라틴어이다.  순결을 강조하기 위해 첨가했다. 

LSJ 고대그리스어 영어사전, 고대 그리스의 여성을 위한 가을 축제 테스모포리아 기간 중 성욕을 억제하기 위해 침대 아래에 깔았다.

성욕을 다스리기 위해 수도승들이 먹었다고 해서 monk's pepper라고 한다. 이는 스님들의 반찬에 고사리가 자주 오르는 것은 성욕을 감퇴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나 속설 같다. 사실 고사리는 독성을 빼고 나면 아연과 혈액 순환을 돕는 성분이 있어, 오히려 기력을 회복하고 성 기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후추도 고개를 숙이게 하기보다 혈관을 확장해서 피가 잘 돌아 활력을 깨우는 역할을 한다.  

린네 ≪식물의 종 Species Plantarum≫, 2권 938쪽 Vitex agnus castus 잎이 손가락 모양이고 꽃이 이삭처럼 달린다

한국어로 괭이꼬리목형이다. 꽃이 고양이 꼬리 같다는 스페인어 발상을 고려한 번역이다. 잎이 버드나무 잎 같아서 '버들잎목형'으로 옮길 수 있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남아시아가 원산인 좀목형[Vitex negundo var. heterophylla (Franch) Rehder]의 잎이 버드나무의 잎과 닮아서 혼동을 유발한다. 

 

목형은 牡(수컷 모)에 荊(가시 형)인데 '모'는 관용적으로 '목'으로 발음한다. 작약과의 모단(牡丹)을 '목단'으로 발음하고 '모란'이라고 한다. 나무가 단단하기 때문에 수컷이라고 했고, 목형은 원래 가시가 없는 나무이지만 줄기가 부드러워 옛날에 회초리와 비녀 등을 만드는 가시가 있는 나무에 빗댄 표현이다. 

 

꿀풀과 Vitex 속(순비기나무**속)의 인정받은 종은 212종이다. 이 중 Vitex agnus-castus는 스페인을 비롯한 남유럽, 북아프리카, 서남아시아, 서아시아 인도가 원산이다. 우리나라에서 이탈리아 고유종인 것처럼 '이탈리아목형'으로 통용된다. 

**순비기나무(Vitex rotundifolia L. f.)는 국립생물자원관은 마편초과이지만 영국왕립식물원은 꿀풀과로 분류한다. '순비기'는 제주도 해녀의 물질 후 물에서 나와 참았던 숨을 한꺼번에 몰아쉴 때 내는 휘파람 같은 소리인 '숨비소리'이다. 이 나무는 바닷가에서 자라기 때문에 순비기나무란 이름을 붙였다. 순비기나무속 중 바닷가 대신 들이나 산에 분포하면 '목형'이라고 한다.

제주도의 순비기나무, 사진 GBIF catagonia

서울대 스페인어사전도 이탈리아목형으로 번역했다.

스페인왕립학술원 스페인어사전(DRAE)은 sauzgatillo를 "마편초과(Verbenaceae)의 관목으로, 시원한 숲가나 강가에서 자라며 높이 3~4미터에 이른다. 가지는 많이 치고 버들가지처럼 유연하며, 네모진 형태를 띠고 줄기 껍질은 희끄무레하다. 잎은 손바닥 모양의 겹잎이고 잎자루가 매우 길고, 5~7개의 피침형 작은잎이 있다. 꽃은 작고 푸른색이며 가지 끝의 총상꽃차례를 이루고, 열매는 둥글고 작으며 검은색이다."라고 정의했다.

어린 줄기를 잘라보면 단면이 사각형이지만 사진에는 모두 둥글다. 

수피는 희끄무레하다고 했지만 도로가에서 자라서 그런지 거무죽죽하다.

네이버(엣센스) 스페인어사전은 sauzgatillo를 '서양 인삼목'으로 오역했다.

인삼목은 인삼나무이다. 두 명칭은 국가생물자원관에 등록되어 있지 않지만 두릅나무과의 황칠나무(Dendropanax trifidus)의 별명이다. 황칠나무는 한국, 일본, 대만이 원산이고 인삼처럼 사포닌 성분이 잎, 줄기, 뿌리에 풍부하다. 황칠나무속에 인정받은 종은 97종으로 중남미, 동아시아, 동남아시아에 분포하고 유럽과 북미 서양에는 서식하지 않는다.

황칠나무 = '인삼나무', 사진 위키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