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예음 데 까스뜨로(Guilleum de Castro) 거리 건널목을 건너려고 섰다. 코르티스의 노래 REDRED처럼 "신호등 바뀌었어 green green". verde verde, 하지만 건너지 않고 맞은편 나무들의 샛노란 아주 노란 꽃을 보았다. 주립도서관 정원의 나무이다. 팔랑귀 팔랑귀 that's red red가 아니라, yellow yellow 노랑 노랑 amarillo amarillo인데, "눈치나 살피기" 없이 한참 서서 보았다. 신호가 다시 red red로 바뀌었다.

콩과 실거나무아과의 flamboyán dorado(문자 그대로 뜻, 황금색 불꽃나무)이다. DRAE(스페인왕립학술원 스페인어사전)은 꽃이 새빨간 같은 과 같은 아과의 flamboyán[불꽃나무, 봉황목 Delonix regia (Bojer ex Hook.) Raf.,1837]만 등록하고 있다.



그러면 flamboyán dorado는 '노랑불꽃나무', '노랑봉황목'이다.

도가니 사라지 않고 주위를 살피고 길을 건넜다. green green. 바람이 불어 꽃잎이 흩날린다. 길에 떨어져 노랗다. 아니 노랗게 떨어졌다.

벚꽃잎이 떨어지듯 노란 꽃잎이 휘날린다. 떨어지던 벚꽃잎을 바라보던 한국에서 나, 노란 개나리와 하얀 벚꽃이 만개한 봄날 잔디밭을 달리며 깔깔거리던 아이들, 아내의 잔잔한 미소. 시작도 하지 못한 학위 논문, 너른 풀밭에 선 나무들 바람에 일렁이는 가지를 보면 해방감이 들었고 물결치는 풀잎과 나무 잎사귀에 마음도 덩달아 떠다니고 몸은 헤엄치는 듯하다가도 순간 모진 바람에 헝클어지는 잎과 가지에 멈칫 움추러들었다. 그러다가 희색 나무줄기 위 흰 벚꽃잎이 햇살에 반짝거리기를 기다렸다. 한 번 보면 기뻐했다. 바람이 우수수 하얀 꽃잎을 흩날리면 아내와 나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넘실대는 꽃잎과 문득 두 아이가 쏜살같이 잔디밭 위를 달리는 것을 보았다. 막내는 한 바퀴 휙 돌더니 팔을 내리고 우뚝 섰고 그 위로 빙글거리며 뒤엉키는 큰 애를 보며 우리 눈에 성글성글 웃음이 번져나갔다. 까르륵거리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우리는 이 장면을 완성하려는 본능인지 욕심인지 약속이나 한 듯 눈을 들어 잔디밭 언덕 위 하늘을 바라보았다. 알 수 없는 슬픔이 밀려왔다. 무엇인가 완성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다가도 아직 갈 길이 아득한 현실을 보았기 때문이다. 한편 완벽에 도달했다고 느껴지는 그때도 이 넓은 초원은 바라보는 우리보다 수백만 년 더 오래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노랑불꽃나무는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열대 지방이 원산이다.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뉴기니, 북호주에서 자생하는데 스페인에 귀화하지 않고 그냥 심어져 있다. 스페인에 귀화하라고 해도 영주 비자로 사는 나 같은지.

자세히 보기 위해 주립도서관 뜰로 들어갔다. 코르티스의 red red 노랫말, "They called me a freak, 홀린듯이, yeah" 그들은 날 괴짜라 해. 스페인어로 Me llamaron bicho raro(문자 그대로 '그들은 날 이상한 벌레라고 해.') 벌레? 난 쿠바 사람이다. 그녀의 식구들 중, 백수, 3년 있으면 1세기가 다 되는 7촌 이모 띠아 마리는 내 앞에서는 내 이름을 부르지만 내가 없을 때 식구들에게 el cubano라 한다고 했다. 엄연한 coreano이지만 난 에스빠냐로 이주해 온 가난하고 못 배운 야만의 식민지, 검은 쿠바인이란 뜻인데. 쩝, 연세든 그분에게 따지며 수정해 주어야 하나. 사로잡힌 대로 사세요, 독실한 가톨릭 신자여, 신의 축복이 있으시길.

학문을 한다고 생활은 뒷전 혼자 산에 올라 세상으로 내려가는 다리를 잘라놓고 그토록 세월을 허비했다. 본질을 깨우친다고 책만 보았고 내려다보지 않았지만 거만을 떤다고 느꼈을 것인데. 공부란 것은 삶의 근본에 얹힌 사치인 것을 알면서도 인생을 위해 피카소와 공자와 베토벤과 아인슈타인이 꼭 필요한 것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지고한 무엇이 있다는 진리는 라면 반 봉지 값도 못하는데 아이들의 웃음과 아내의 미소를 앗아가버렸다. 그래도 그것은 나의 코르티스 아니었던가. 있는 규칙, 규범, 그어진 선들을 넘어간 색깔 color outside of the lines. CORTIS.

노랑불꽃나무 flamboyán dorado는 스페인에서는 낙엽활엽수이다. 높이가 10-25m까지 자란다. 잎은 아까시나무의 잎처럼 타원형이다. 2회 깃꼴겹잎(우상복엽)으로 작은잎이 달린다.

꽃은 노란색이고 지름은 2.5~4cm이며, 최대 길이 20cm 달하는 겹총상꽃차례(복총상화서)를 이루며 핀다. 노랑불꽃나무의 학명은 Peltophorum pterocarpum(펠트프룸 프테로카르품)인데, 속명 Peltophorum(펠트포룸)은 둥근 방패 같은 암술머리를 묘사한 말이다. '방패'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 πέλτη(펠테 pelte)와 '가지다'라는 동사 φέρειν(페레인 pherein)의 합성어에서 유래했다. 위 사진에 암술과 수술이 보이지 않는다.



열매는 길이 5~10cm, 너비 2.5cm의 꼬투리로, 처음에는 붉은색을 띠다가 검은색으로 익으며 1~4개의 씨앗이 들어있다. 열매가 열리면 사진을 찍어야 한다. 학명의 종소명 pterocarpum(프테로카르품)은 '깃털'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πτερoν(프테론 pteron)과 열매 καρπός(열매 carpos)의 합성어에서 유래했다. 꼬투리 가장자리에 날개나 지느러미처럼 얇은 막이 형성된다.




그녀를 만났다. 내일 먹거리 장을 볼려고. 가기 전 "거리서 돌다가 돌아가" 빠네아(Panea) 카페테리아에서 오후 간식을 먹었다. 코르티스의 노래 <아사이 acai> 볼은 아니지만, 그녀는 둥근 엔사이마다(ensaimada)에 까페 꼰 레체(café con leche 우유 커피), 난 사각형 또리하(torrija)에 꼬르따도(cortado, 적은 양의 우유에 커피).

또리하는 괜찮았다. 또리하는 우유와 달걀 적신 식빵을 올리브기름에 구운 것, 프렌치토스트와 유사하다. 부활절에 주로 해 먹는 간식인데 떡국을 설날에만 먹지 않듯 아무 때나 먹도록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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