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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탈박각시 calavera 박쥐나방과의 나비가 아니다

by 엣센스 스페인어사전 뜻풀이 수정 2026. 4. 18.

calavera(영어 skull)는 머리뼈 즉 두개골이다. 죽은 사람의 살이 썩은 머리뼈는 해골이다. 곤충이면  가슴에 두개골 무늬가 있는 탈박각시(학명, Acherontia atropos L. 1758 또는 Acherontia styx medusa Moore 1858)이다. 

유럽과 아프리카의 탈박각시 Acherontia atropos   사진 위키백과
탈박각시, Acherontia styx medusa , 사진 위키미디아

박각시과(Sphingidae)의 탈박각시는 가슴에 해골 무늬가 있는데 두개골, 머리뼈, 해골 같은 모양이지만 '탈'처럼 보여 탈박각시란 명칭이 유래했다. 학명 Acherontia atropos은 그리스 신화의 죽음과 운명이 관련되어 있다. 속명 Acherontia (아케론티아)는 하데스(저승)의 입구 즉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있는 '비탄의 강'인 아케론강에서 유래했다. 죽은 사람의 영혼이 카론의 배를 타고 이 강을 건너 저승으로 들어간다. 종명 atropos (아트로포스)는 인간의 운명을 결정하는 세 여신 중 막내인 아트로포스(Atropos)의 이름이다. 첫째 클로토가 운명의 실을 잣고, 둘째 라케시스가 운명을 배분하면, 아트로포스는 가위로 그 실을 잘라 인간의 수명을 결정해 버린다. 아트로포스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할 수 없는'이란 뜻이다. 린네(Linnaeus)는 가슴 등 쪽에 해골 무늬를 보고 이 나방이 마치 죽음의 운명을 집행하는 존재 같아서 이름을 붙였다. 다른 종명 styx (스틱스, 증오의 강)는 하데스의 5 개의 강 중 하나로 지하 세계를 감싸고 흐르는 거대한 강으로 하데스의 깊은 곳과 외부를 완전히 격리하는 방어선 역할을 하며, 신들이 맹세할 때 사용하는 권위 있는 강이다. 저승으로 건너가는 영혼의 본능적인 거부감, 공포, 생에 대한 미련 등이 '증오'와 관련이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탈박각시 학명

스페인왕립학술원 스페인어사전(DRAE)은 calavera를 "박각시과에 속하는 나방으로 몸통이 굵고 털이 많으며, 가슴 부분에 해골을 연상시키는 무늬가 있다"라고 정의했다.

영어로 death's-head hawkmoth(문자 그대로 뜻, 죽음 머리를 한 매처럼 빠르게 나르는 나방)이라고 하든지 꿀벌의 꿀을 훔쳐먹기 때문에 bee robber(꿀벌 강도)라고 한다. 죽음, 강도, 영어 명칭도 만만찮다.

 

영화로 유명한  토마스 해리스의 심리 스릴러 소설 ≪양들의 침묵 The silence of the lambs≫(1988)에 탈박각시는 범인의 추적하는 중요한 단서이다. 여성이 되고 싶은 살인범 제이미 검은 아시아 원산의 탈박각시(Acherontia styx)의 번데기를 피해자의 목구멍에 밀어 넣었다. 

영화, 양들의 침묵 포스터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 1882~1941)의 ≪율리시스 Ulysses≫(1922) 디그넘의 장례식에 대한 6장에 주인공 블롬은 죽음과 부패를 생각하며 떠오른 deathmoths는 death's-head hawkmoth 탈박각시의 상징적 표현이다. 

 

I daresay the soil would be quite fat with corpsemanure, bones, flesh, nails. Charnelhouses. Dreadful. Turning green and pink decomposing. Rot quick in damp earth. The lean old ones tougher. Then a kind of a tallowy kind of a cheesy. Then begin to get black, black treacle oozing out of them. Then dried up. Deathmoths. Of course the cells or whatever they are go on living. Changing about. Live for ever practically. Nothing to feed on feed on themselves.

 

토양은 송장 거름과 뼈, 살점, 손톱들로 분명히 꽤나 기름지겠지. 납골당. 끔찍하군. 부패하며 녹색과 분홍색으로 변해가지. 축축한 흙에서는 금방 썩어버리지. 마른 노인네들은 더 질겨. 그러고 나면 수지 같은 치즈가 되어버리지. 그다음엔 거무죽죽하다가 검은 당밀 같은 게 흘러나오지. 그러다 바싹 말라버리고. 죽음의 나방들. 물론 세포인가 뭔가 하는 것들은 계속 살아남지. 이리저리 변모하면서. 사실 영원히 사는 것이라. 먹을 게 없으면 제  자신을 뜯어먹으며. (필자 옮김)

 

deathmoths가 death's-head hawkmoth 탈박각시일 수 없는 이유는 생태학적으로 탈박가시는 시체를 먹이로 하지 않아 시체의 분해 과정에 아무 관련이 없는 곤충이다. 사실 부패의 마지막 단계인 건조기에 시체의 피부, 손톱, 머리카락에 포함된 케라틴을 먹는 나방은 곡식좀나방과(Tineidae)의 좀나방이다. 블룸의 독백에 bones, flesh, nails(뼈, 살점, 손톱)와 같은 단단한 조직들을 분해하는 것은 곡식좀나방류이다. 하지만 Charnelhouses(납골당)과  bones(뼈)를 언급한 후 Deathmoths는 자연스럽게 해골 무늬가 있는 탈박각시를 떠올리게 한다. Acherontia atropos(저승의 강과 운명의 여신)라는 학명의 탈박각시는 조이스가 놓칠 수 없는 은유나 상징의 자원이었을 것이다.

 

네이버(엣센스) 스페인어사전은 calavera를 '박쥐나방과의 나비'로 오역했다.

 

박쥐나방은 박쥐나방과의 곤충으로 배나무, 사과나무 등의 병해충이다.

박쥐나방, 사진 스마트팜 교육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