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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스페인수레국화 arzolla, abrepuño 손에 쥐지 마라, 큰지느러미엉겅퀴가 아니다

by 엣센스 스페인어사전 뜻풀이 수정 2026. 3. 10.

불현듯 새벽 2시에 잠을 깼다. 다시 자려고 해도 머리가 더 또록또록 해져 일어나 스페인왕립학술원 스페인어사전(DREA)에 수록된 국화과의 식물 명칭들 100여 개를 보았다. 예전에 우리말 번역어를 찾던 기억, 아직도 이름을 찾지 못한 것 중에 arzolla와 동의어 abrepuño가 있다. Abre 펴라! puño 쥔 손을  펴라, 손에 쥐지 마라는 명령어. 왜?  만지지 말라는 경고? 수레국화를 쥐지 마라. 수레국화 그 이름은 정겨운데, 왜 쥐지 마라고 하는가. 수레국화는 우리나라에 자생하지 않은 귀화식물이다. 유럽에서 온 외래종인데, 엉겅퀴처럼 가시가 없고 색도 예쁘다. 모인꽃싸개(총포)에 조그만 가시는 자극적이지 않다. 

스페인의 수레국화 학명 Centaurea cyanus , 사진 Florandalucia

https://www.florandalucia.es/index.php/centaurea-cyanus

어떤 수레국화 종은 가시가 있다. 가시가 있으니 쥔 손 puño을 펴라 abre,  abrepuño가 이름이 되었다. 동의어는 arzolla이다. 어원을 DRAE가 적지 않았지만, 아몬드를 뜻하는 아랍어이다. 16세기 스페인의 수도사, 언어학자, 사전학자인 디에고 데 구아딕스(Diego de Guadix, 1550-1615)가 지은 아랍어에 뿌리가 있는 스페인어 어휘를 모은 ≪무어인(아랍인)이 도시와 다른 것에 부여한 아랍어 명칭 모음 Recopilación de algunos nombres arábigos que los árabes pusieron a algunas ciudades y otras muchas cosas≫(1593)에 의하면 아랍어 al ال 정관사 + 아몬드 lawz لَوْز = al lawz가 스페인어 alloza로 변했다가 이 단어가 발음 전이로 arzolla가 되었다고 한다. alloza는 아몬드 씨앗을 발라내기 전의  푸른 과육이 있는 아몬드 열매이다. 수레국화의 한 종인 arzolla가 이런 푸른 아몬드 모양이고 단단해 보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alloza = almendruco 아몬드 씨앗을 추출하기 전 과육이 있는 아몬드, 사진 위키백과

 

하지만 이는 민간어원설이고 사실 arzolla는 '가시가 있는 식물'이란 뜻의 아랍어 السُّلا as-sullā , as-sulla, ar-sulla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이 있다. 아무튼 아랍어를 제대로 알아야만  더 알아 볼 수 있으니 이 정도로 해 두고, arzolla나 abrepuño의 학명만 찾으면 우리말로 어떻게 옮겨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다. 스페인왕립학술원 스페인어사전(DRAE)은 생물의 학명을 게재하지 않으니 스페인왕립식물원 Anthos를 찾아 갔다.

 

arzolla의 학명을 검색하니 국화과 이외의 녀석까지 포함해 20여 종이 떴다. 그중 국화과만, 아래에서 보듯, 17개 종이다.

이제 이들 하나하나 알아가며 DRAE가 정의한 arzolla와 일치하는지 대조하면 된다.*(더보기) 시간이 걸린다.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은 이들 학명의 스페인어 명칭들을 보고 arzolla의 빈도수가 높은 종이 DRAE가 묘사한 arzolla일 가능성이 높다. 아래에서 보듯, Centaurea ornata가 가장 유력한 후보이다. 왜냐하면 C. ornata가 arzolla라고 한 문헌이나 자료가 7개로 빈도가 가장 높다. 또한 abrepuños (abrepuño 단수형이 아님)는 5 개의 자료에서 사용되었다. 

더보기

*DRAE의 arzolla "여성 명사. 줄기가 약 70 cm 정도 자라는 초본식물로 잎이 시작되는 부분에 세 갈래의 가시가 있고, 잎은 길고, 결각이 있고 아래쪽이 희끄무레하다. 열매는 타원형이며 침이 있다."

DRAE arzolla

영국왕립식물원과 스페인왕립식물원 등의 사진을 보며 DRAE의 arzolla 정의에 부합되는지 살폈다. C. ornata(이 학명은 '장식 수레국화'라는 뜻)은 정말 장식처럼 아주 길고 뾰족한 가시를 모인꽃싸개(총포) 아래 단단히 갖추고 있다. 덥석 잡았다가는 손바닥이 뚫릴 것 같이 무시무시하다. 일단 abrepuño(손을 펴라, 쥐지 마라)를 충족시킨다.

사진 Kew

https://powo.science.kew.org/taxon/urn:lsid:ipni.org:names:191159-1

하지만 DRAE가 묘사한 "잎의 기부에 세 갈래 가시로 무장한 armado de espinas triples en el arranque de las hojas"을 만족할 가시가 없다.

사진 Kew

2위 후보자인 Centaurea melitensis는 모인꽃싸개에 가시가 있으나 위의 '장식 수레국화'처럼 잎의 기부에 세 갈개 가시 같은 기관은 없다.

사진 Kew

https://powo.science.kew.org/taxon/urn:lsid:ipni.org:names:190991-1

강력한 후보자 둘이 탈락을 하니, 다시 한 개씩 대조를 했다. 어떤 학명은 스페인어 명칭을 등록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Centaurea castellena(학명의 뜻은 스페인 즉 까스떼야의 가시국화)는 스페인어 명칭을 적지 않았다. 다른 자료를 찾아 이 학명의 명칭이 arzolla인지 확인해야 한다.

C castellena의 스페인어 명칭 nombres vernaculos는 없다(a에 강세 있음)

구글 도서검색을 했다.

 

아구스또 알까사르와 살바도르 리바스(Augusto Alcázar F-M, Salvador Rivas Goday)가 지은 ≪식물도해, 식물 표본집, 식물약학연구 Fitología gráfica:herbario naturalista:(estudio farmacéutico de las plantas)≫(1957)에 Centaurea castellana의 스페인어 이름은 arzolla 또는 matagallos라고 했다. 가시는 수탉(gallos)을 죽일(mata) 만큼 강력하다.

Centaurea castellana는 프랑스의 식물학자 피에르 에드몽 부아시에(Pierre Edmond Boissier)와 조르주 프랑수아 뢰터(Georges François Reuter)가 1846년에 중동 지역과 유럽의 식물을 조사한 ≪새로 발견한 동방 식물 Diagnoses Plantarum Orientalium Novarum≫란 책 1권 6호, 129쪽에 최초로 보고하고 공식 인정을 받아 오늘날에 이른다. IPNI(세계식물명칭색인)에 접속해 학명을 확인했다.

생물학 관련 고문헌과 기록들을 전산화한 BHL(생물다양성 문헌 도서관)에 접속해 부아시에와 뢰터의 Centaurea castellana 원본을 찾아보았다.

발표 보고서이다.

 

라틴어다. 스페인어의 조상이라서 해독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 찾는 정보는 잎 기부에 세 갈래 가시이다. "여러해살이풀이고 연한 회백색을 띠고 줄기는 각이 져 있으며 아래에서 가지가 매우 많이 갈라져 퍼진다. 뿌리잎은 깃 모양으로 깊게 갈라져 있고, 조각들은 선형이며 좀 넓고 거의 밋밋하다. 줄기잎은 잎자루가 없이 부착되고 아래가 여러 갈래로 갈라지며(basi multifidis lacinia), 잎의 중앙이 훨씬 크고 선형이다....라 만차의 신 까스띠야 지역에 서식한다...."

 

'잎 기부 가시'라고 표현하지 않았지만 '잎 아래 여러 갈래로 갈라진다'라고 했다. 잎의 아래쪽이 가시처럼 변한 엽침 같은 것을 언급한 것이다. 턱잎이 없는 국화과, 특히 수레국화속의 잎은 잎자루가 없고 아래로 갈수록 좁아지는 유저(decurrente, 영어 decurrent 엽저 하향)가 되어 줄기를 보호하고, 겨드랑이 눈도 보호하고, 줄기와 잎으로 영양 수송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줄기와 일체화하여 튀어나오게 된다. 이 기관이 마치 날개나 가시처럼 보인다. 이 가시를 엽침(pulvio, 영어 pulinus)이라 할 수 없다. 엽침은 잎자루가 변한 것인데 Centaurea castellana는 잎자루가 없기 때문이다.

 

스페인 식물 정보를 주는 Florandalucia(안달루시아식물)에서 아래처럼 잎의 기부에 있는 가시 형태의 유저 기관을 확인했다. 다른 수레국화 종보다 유독 Centaurea castellana이 이런 가시나 날개 같이 생긴 잎이 변한 딱딱한 변형체가 있다. 

사진 Florandalucia

https://www.florandalucia.es/index.php/centaurea-castellanoides-subsp-castellanoides

Florandalucia는 Centaurea castellana를 이명 Centaurea castellanoides Talavera subsp. castellanoides로 게재했다.

아무튼 DRAE가 묘사한 잎이 길고 열매(fruto)는 타원형이고 침이 있다는 것도 충족시킨다. 씨앗을 싸고 있는 모인꽃싸개(총포)는 타원형이고 침 또는 가시가 있다. 

사진 Florandalucia

https://www.florandalucia.es/index.php/centaurea-castellanoides-subsp-castellanoides

이런 과정을 거쳐 arzolla가 어떤 특징의 수레국화인지 알고 나니 새벽 6시 30분이다. 텔레비전에 스페인 국영방송 24시간 뉴스가 트럼프의 이란 지상전이 어쩌고저쩌고 한다. 아직 어둡다. 피곤하다. 오늘은 날이 좀 맑을 것인지. 침대로 기어들어갔다. 

 

11시 30분경 일어났다(한국은 저녁 7시 30분). 늘 먹는 귀리(avena copos)를 액체 귀리에 타서 먹고, 커피 한 잔 마시고 글을 마무리한다. 어제 역 근처에 있는 중국식료품점에서 사 온 배추로 김추를 담아야 하는데, 오늘 점심은 뭘 해 먹지, 어제 사온 라면 반 개와 냉장고 속에 있는 그저께 샀던 근대(acelga) 잎과 아티초크(alcachofa)를 넣고 끓여 먹을 계획이다. 출근하는 그녀를 위해 도시락, 스페인의 김밥, 긴 빵을 절반 잘라 세로로 배를 쭉 갈라 보까디요(bocadillo)를 만들어 놓았다. 겉바속촉한 빵의 속을 좀 긁어 버리고 올리브유 비르헨 엑스뜨라를 조금 치고, 감자와 달걀로 만든 또르띠야 데 빠따따(tortilla de patata), 청피망 구이, 양젖 치즈로 채우고 마무리로 루콜라(rúcula 애벌레냉이)와 토마토를 넣어 완성했다.  

 

arzolla, abrepuño(Centaurea castellana)의 한국어 명칭은 '스페인수레국화'이다. 까스떼야나의 수레국화이니까. 스페인 고유종이다. 속명 센토레아(Centaurea)는 그리스 신화에 반인반마의 켄타우로스족 중 의학과 천문학에 뛰어난 현자로 아킬레우스 등을 가르친 케이론(Chiron)과 관련이 있다. 신화에 따르면 케이론이 상처를 입었을 때 수레국화 등으로 치유했다고 해서 이름이 유래했다.

아킬레우스와 케이론, 그림 사진 위키백과

네이버(엣센스) 스페인어사전은 arzolla를 '큰 지느러미 엉겅퀴'로 오역했다.

'큰지느러미엉겅퀴'는 가시가 돌출된 넓은 지느러미 또는 날개가 줄기에 달려 있고 높이가 3m에 이르는 대형 엉겅퀴이다.  학명이 Onopordum acanthium이고 스페인어 명칭은 cardo borriqueño 혹은 cardo borriquero이다. 유럽과 서남아시아에 자생하고 우리나라에 서식하지 않는다.

사진 Florandlaucia

https://www.florandalucia.es/index.php/onopordum-acanthium-subsp-acanthium